"자 주목!"
4교시,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수업.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각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각별 선생님에 대해 잠시 말해 보자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냉정한 선생님이다. Cool을 넘어서 Cold한 선생님.. 이라고 표현이 가능하겠다. 각별 선생님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여름에 교무실에서 모두가 더위에 푹푹 찌들어 있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기는 커녕, 춥다며 핫초코를 마시는 것이였다. 모두가 경악했지만 정작 각별 선생님은 태연했다.
"전 추워요."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각별 선생님은 들어오더니 칠판에 수.행.평.가 라고 크게 쓰셨다. 벌써 예상한 아이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수행평가 공지를 하겠다."
순식간에 교실 공기가 냉랭해졌다. 더 추워질 공기마저 없는 겨울에 말이다. 누가 에어컨이라도 틀었나?
'서른 명에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갑분싸되는게 가능한 거구나..'
나는 정말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을 경험하고는 얼이 빠져 있었다. 아마도 14년 인생 중 가장 충격받은 일이 아닐가 싶다.
"주제는 각 조별로.."
조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래,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조별로 뽑아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아, 조를 어떻게 짜는지 말 안해줬구나?"
제발.. 그것만은.. 안돼!
"뺑뺑이. 알지?"
아이들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선생님은 그 분위기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수행평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셨다.
"..역사적 인물..ppt..발표.."
선생님이 말하시는 내용이 도저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렸다. 그 동안 선생님은 수행평가 공지를 모두 마치시고 분위기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노트북을 꺼내셨다.
"자, 이제 조를 뽑아야지?"
반 친구들은 모두 이구동성이였다.
"원하는 대로 짜게 해주세요!"
"이번만큼은 제발요!"
"뽑는 거 싫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꼼짝하지 않으셨다.
"원하는 대로 뽑으면 소외되는 아이들 생겨."
그렇게 말하시더니,
"인원이 28명이니까 일곱 조를 만들면 되겠지?"
라고 말하셨다.
"자, 지금부터 나오는 번호 넷은 같은 조다."
나는 제발 공룡과 같은 조가 되지 않기를 빌었다. 그는 15번, 그와 같은 조가 되면 이번 수행평가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4번, 카운터."
나다.. 처음부터 나오는 건 역시 불길하지 않을까 싶은 그때..
"15번, 공룡."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TV 화면에 나타난 번호는 15번..
"21번, 파크모. 2번, 꾸몽."
나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미 이번 수행평가는 말아먹었다.. 이런 내 인생..
BINUBALL 작성
fx-570EX, fx-570ES PLUS 등의 계산기 관련 글들을 주로 올립니다. 블로그스팟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도 읽어보세요!
댓글 없음
질문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대한 빨리 답글을 달아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